메뉴 메뉴
닫기
검색
 

문화

제 755 호 플랫폼 개편 역풍…맥락을 지킨 진화가 답이다

  • 작성일 2025-11-10
  • 좋아요 Like 0
  • 조회수 414
박현우

  플랫폼 개편 역풍맥락을 지킨 진화가 답이다


  최근 카카오톡이 대대적인 업데이트를 단행하며 국내 이용자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되었다. 단순히 버그 수정이나 디자인 변경 수준이 아니라, 사용자의 경험 전반을 재구성하려는 시도였다. 물론 반응은 좋지 못했지만 이런 변화가 카카오톡만의 현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 몇 년 사이 네이버, 구글,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다양한 플랫폼들이 빠르게 기능을 개편하며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제시하고 있다


카카오톡 업데이트 배경


  카카오톡은 2010년 출시 이후 15년 넘게 국민 메신저로 자리 잡았지만, 최근 들어 젊은 세대의 이용 이탈 조짐이 나타났다. 디스코드나 인스타, 텔레그램 등 기능 중심형 메신저가 확산하면서, 단순한 채팅 도구 이상의 차별성이 요구되었다. 또한 오픈 채팅 중심의 커뮤니티 사용이 늘어나며, 기존 개인 간 대화 중심 구조로는 한계가 명확해졌다. 실제로 국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이용자의 인스타그램 사용 시간이 1년 새 42% 급증했지만, 카카오톡의 사용 시간은 감소해 대조를 보였다.

카카오톡 친구 탭 업데이트 (사진: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365228)


주요 업데이트 사항


  이번 업데이트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프로필 기능의 강화였다. 기존의 단순한 사진 중심 프로필에서 벗어나 피드형 타임라인을 도입하여 사용자들이 자신의 일상, 음악, 사진 등을 게시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AI 기반 추천 기능이 도입되어, 사용자의 일정 패턴이나 대화 내용을 바탕으로 약속 장소를 제안하거나 일정 등록을 돕는 등 개인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카카오톡 친구 창 개편 모습(사진: https://www.chosun.com/economy/tech_it/2025/09/29/YBVXX64O2ZAUFFLBJQJYXE5ZWA/)


  채팅방 기능도 개선되었다. 파일 전송 용량이 확대되었고, 투표·일정 관리·메모 등 협업 도구가 강화되었다. 이와 함께 채팅방 내에서 바로 쇼핑하기, 멜론 음악 듣기 등 카카오 계열 서비스로 연동되는 기능이 추가되어, 카카오톡 하나로 생태계 전체를 활용할 수 있는 구조를 완성했다.


  세 번째 탭도 개편되었다. 기존에 오픈 채팅 목록이 배치된 공간은 숏폼 전용 탭으로 전환되었다. 인플루언서 콘텐츠와 카카오 독점 및 오리지널 영상이 제공되기 시작했다. 이번 개편을 통해 콘텐츠 유통 채널을 확장해 크리에이터들이 쉽게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업데이트 이후 반응 및 파급효과


  업데이트 이후 이용자들의 반응은 전반적으로 혼합된 변화 과정을 보였다. 새로 추가된 기능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이 높았으며, 특히 프로필 피드와 일정 관리 기능은 실제 사용률이 빠르게 늘어났다. 이용자들은 이전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카카오톡을 활용하기 시작했으며, 대화 중심이던 사용 패턴이 콘텐츠 공유와 일정 관리 중심으로 확장되었다.


  실제로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23일 업데이트 전 평일인 9월 15일부터 19일 카카오톡의 1인당 평균 이용 시간은 30.5분이었다. 업데이트가 진행된 이후 평일인 9월 29일부터 10월 2일까지의 이용 시간은 1.4분이 늘어난 31.9분으로 약 4.6퍼센트가량 늘어났다.


  업데이트 이후 일부 단점도 드러났다. 새로 바뀐 인터페이스는 기능이 늘어난 만큼 구조가 복잡해져, 기존 사용자가 빠르게 적응하기 어려웠다. 메뉴 위치나 아이콘 배치가 바뀌어 기본적인 조작에 혼란을 느끼는 사례가 많았다. 또한 피드형 프로필이 추가되면서 개인 정보 노출 범위가 넓어졌고, 노출 설정이 초기에는 명확하지 않아 불편을 초래했다.


  UX 전문기업 피엑스디가 사용자 분석 도구 어피니티 버블을 통해 지난 23일 업데이트 당일 앱 마켓에 등록된 카카오톡 리뷰 1000건을 분석한 결과, 대다수가 사용자 경험이 저하됐다고 지적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 자료에 따르면 라인과 네이트온의 신규 설치건수는 카카오톡 개편 전인 지난달 22일엔 각각 9160, 650건에 그쳤으나 개편 직후인 지난달 27일엔 각각 36522, 22447건으로 급증했다.



싸늘한 반응···플랫폼 개편 사례 


  이러한 현상은 특정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다양한 국내외 플랫폼이 급진적인 개편을 단행하며 사용자들에게 혼란과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 대표적인 국내 사례로는 네이버 블로그를 들 수 있다. 블로그는 출시 22주년을 맞아 익숙했던 로고와 슬로건을 포함해 전면적인 리브랜딩을 진행했다. 그러나 사용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우선 로고 디자인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기존 영문 표기 ‘blog’에서 첫 글자 ‘b’와 입력창 커서를 모티브로 바꾼 로고가, 의도와 달리 보이즈 러브(Boys Love)’의 약칭인 ‘BL’로 읽힌다는 지적이 잇따른 것이다. 실제로 각종 SNS에서는 해당 로고를 둘러싼 농담과 조롱이 쏟아졌고, 기존 로고로 복귀를 요구하는 반응도 이어졌다


  기능 개편도 논란을 키웠다. 기존 홈 피드에서는 이웃의 글을 중심으로 콘텐츠를 제공했지만, 현재는 인공지능(AI) 기반 추천 기능을 통해 다양한 게시글을 노출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처럼 알고리즘을 활용해 사용자의 취향과 관심사에 맞는 콘텐츠를 추천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미 홈 피드 우측에 별도의 추천 탭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용자와 무관한 광고성 게시물이 추천 콘텐츠에 대거 노출되며 불만이 커지고 있다. 특히 블로그 이용자 다수가 이웃과의 교류와 소통을 핵심 가치로 삼고 있던 만큼, 이웃 글을 한눈에 모아볼 수 없게 된 점은 플랫폼의 정체성을 흔드는 변화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이용자 사이에서는 더 이상 블로그를 사용할 이유가 없다는 회의적인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 블로그 개편 (사진: https://www.techm.kr/news/articleView.html?idxno=144122)


싸늘한 반응···플랫폼 개편 사례 


  대표적인 해외 사례로는 인스타그램을 들 수 있다. 인스타그램은 2022, 중국 영상 플랫폼 틱톡을 모방해 풀스크린 영상 피드를 신설했다. 그러나 정체성을 잃었다”, “사진이 보이지 않는다등 이용자들의 불만이 폭주했고, 카일리 제너·킴 카다시안 등까지 인스타그램을 다시 인스타그램답게 만들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결국 인스타그램은 CEO가 직접 나서 개편을 철회하고 빠른 사과를 통해 위기 수습에 나섰다

이후 인스타그램은 과거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점진적 개편 방식을 선택했다. 2025년 10월부터 한국과 인도를 대상으로 숏폼 영상 서비스 릴스(Reels)’를 모바일 앱 홈 화면의 첫 번째 탭으로 배치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2022년과 달리 이번에는 이용자가 새로운 홈 화면 적용 여부를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옵션을 제공하고 있으며, 적용 후에도 설정을 통해 기존 화면으로 되돌릴 수 있게 했다. 이는 일방적인 개편 대신 이용자의 선택권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플랫폼 변화에 대한 반발을 최소화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 인스타그램의 릴스 첫 화면 배치(사진: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1462886642329312&mediaCodeNo=257&OutLnkChk=Y)


이용자 외면한 개편, ‘당근이 달랐던 이유


  카카오톡, 네이버 블로그,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국내외 플랫폼이 급작스러운 대대적 개편에 나선 배경에는 공통된 위기의식이 자리하고 있다. 바로 사용자 수 감소와 이용률 정체, 그리고 경쟁 플랫폼에 비해 약화된 영향력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2024년 2월에 발표한 2024 소셜 미디어 이용자 조사에 따르면, 네이버 블로그의 이용률은 21.7%로 카카오톡, 유튜브, 인스타그램, 네이버 밴드에 이어 5위를 기록했다. 한때 일상 기록의 대표 플랫폼으로 자리했던 네이버 블로그는 다양한 SNS의 부상 이후 경쟁력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무리한 수준의 전면 개편을 시도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존 사용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채 다른 서비스의 기능을 그대로 차용하는 방식은 이용자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이는 플랫폼 개편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지점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사용자 기반을 유지하면서도 경쟁력을 강화하는 개편은 어떻게 가능할까? 핵심은 기존 사용 맥락을 해치지 않으면서 정체성을 확장하는 방식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당근이다. 당근은 중고 거래중심의 앱에서 출발했지만, 서비스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기존 이용자 경험을 무너뜨리지 않았다. 브랜드명에서 마켓을 떼어내고, 중고 거래를 넘어 지역 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로컬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정체성을 재정립했다


  이를 기반으로 아르바이트, 부동산, 이사 등 실생활 밀착형 서비스를 추가하고, ‘당근 모임기능을 강화해 커뮤니티 경험을 넓혔다. 이러한 점진적 확장은 새로운 기능을 억지로 끼워 넣는 대신, 기존 이용 행태 위에서 자연스럽게 진화한 결과였다. 그 결과 당근은 중고 거래 플랫폼을 넘어 지역 생활 플랫폼으로 자리를 굳혔고, 이는 개편이 사용자에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급격한 변화가 아닌 맥락을 지킨 진화


  소프트웨어와 웹사이트 사용성 분야의 권위자인 제이콥 닐슨은 새로운 디자인에는 언제나 불만이 따른다. 변화는 학습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변화에 따른 문제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다라고 말하며, 급격한 변화보다는 점진적인 개편을 권장했다. 플랫폼 개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단순히 부진한 경쟁력을 만회하기 위해 다른 플랫폼의 인기 기능을 모방하거나 무분별하게 AI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아니다. 기존 사용 맥락을 유지하면서 정체성을 자연스럽게 확장하는 것이다. 사용자에게 낯설고 혼란스러운 변화가 아니라, ‘익숙하지만 더 나아진 경험을 제공하는 것만이, 이용자 저항을 최소화하면서도 플랫폼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해결책이다.



김지연박현우 기자